제 아내를 만났을 당시인 8년 전 저는 경주에 사는 언어 장애인이었습니다. 장애인으로 등록된 지 1년 남짓한 때였고 심한 우울증에 대인기피증이 겹쳐 하루하루가 힘들고 암흑 같던 시기였습니다.
8년 전 전국 장애인복지관 연합으로 1박 2일 동안 개최된 맞선캠프에서 제 아내를 만났습니다. 200여명의 사람들이 참여하여 단체 활동을 하며 이동을 하는 중에 순간 제 뒤에서 누군가가 알아듣기 힘든 발음으로 “사는 게 왜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다. 삶에 희망이 있으면 좋겠다”라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. 그 때 저는 왠지 그 이야기가 제 이야기 같아서 뒤를 돌아보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.
돌아본 곳에는 몸을 혼자서는 가눌 수 없는 지체장애인 여인이 휠체어를 타고 옆에 있는 간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. 훗날 아내와 그 이야기를 하면, 아내는 그 때 다른 사람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. 하지만 그 당시 그녀가 하는 이야기가 제 이야기 같아 제 마음이 그녀에게 집중되기 시작했습니다. 제가 그렇게 그녀에게 관심이 있었는데도 짝을 맺어주는 사람들이 저는 그녀 옆에 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지 않아 1박 2일 캠프가 끝나기 몇 시간 남지 않은 때에야 겨우 그녀 곁으로 가서 휠체어를 밀 수 있게 되었습니다.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제 마음한 곳에 밝은 빛 한 줄기가 들어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. 저는 그녀를 만난 지 3일째 결혼을 결심했고, 열흘 만에 수줍게 마음을 고백하였습니다.
뇌병변 1급 장애인 아내는 그 당시 보호자가 없는 상태로 집에 앉아있으면 가끔 찾아오는 종교단체나 도우미가 와야지만 밥을 먹을 수 있는 등 밥도 거르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습니다. 저는 하루 빨리 그녀의 보호자가 되어 그녀와 함께 하고 싶어 만난지 얼마 되지 않아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. 다른 장애인 부부와 합동결혼식을 했습니다.
그녀와 함께 한 이후로 저는 성격도 밝아지고 언어 장애도 훨씬 없어졌습니다. 제가 공장에서 일을 하는데, 일을 할 때 기계가 덜컹거리면 흔들리는 부분이 있어 못 하나를 끼워넣었습니다. 그러니 기계도 안 흔들리고 일도 수월해졌습니다. 저에게 제 아내는 그 대 못과 같은 존재입니다.
결혼 초에는 여행도 많이 다니고 함께 있는 시간도 많았는데, 공장 일이 익숙해지면서 일이 더 많아져 집에 늦게 들어갈 때도 있고 그녀가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. 저는 이 프러포즈를 통해 제 아내인 경희가 저에게 얼마나 소중한 사람이고 그녀를 만나게 되어 얼마나 행복하고 감사한지 아내에게 말해주고 싶고, 또 즐거운 추억을 만들고 싶습니다. 사랑합니다, 경희씨.